러시아 어느 한 마을에 쁘로조로프 가의 막내 이리나의 명명일(생일)로부터 시작되는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1년 전 5월 5일 이날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기일이기도 합니다. 생명의 탄생과 죽음이 겹치는 날로 묘사되는 장면부터 시작됩니다.
작품의 전개 불안정한 삶과 죽음의 날로 시작하게 됩니다. 캐릭터들 또 한 그런 불안정 함을 가지고 전개되고요. 그런 삶 속에서 캐릭터들은 사랑을 하고 모스크바라는 꿈을 꾸고 다가온 새 시대를 맞춰 일을 하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실패와 좌절을 맛보게 됩니다. 캐릭터들은 그런 좌절 속에서 절망하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다시 한 번 일어나려 합니다. 세 자매가 실패해도 일어나고 살아가는 이유를 보면서 우리는 우리에게 가장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삶은 계속해서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물고 물어서 우리를 사슬처럼 옥죄어 올 겁니다. 다만 그 속에서 행복도 있겠지만 작품에서 보여준 것처럼 불행이 더 많이 찾아올 겁니다. 그런데도 여러분이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찾아간다면 질적으로 더 나은 삶 그리고 뿌리 깊은 나무처럼 삶의 거친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작품 속에서 제가 표현하고 싶었던 부분들은 세 자매의 마지막 장면에서 영감을 받았고 그런 모습들이 우리의 삶 속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초반 작업에서는 마지막의 장면을 만들기 위해 차례대로 그림을 그리지 않고 마지막을 두고 역순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다시 차례대로 작품을 들여다봤을 때 작품 속 내용은 멀리서 봤을 때는 희극처럼 우스꽝스러울 수 있지만 가까이 들여다봤을 때 비극으로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관객들이 집중할 수 있게 장면을 만들어야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런타임도 최대한 줄일 수 있게 노력했고 또 무대가 관객들에게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일 수 있게 준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안톤 체홉의 작품을 공부할 때 항상 고민했던 부분은 체홉의 제 3자의 시선으로 적었던 이 희곡이 어떻게 보여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텍스트 안에 숨어있는 움직임들과 그 당시 러시아의 유머를 어떻게 한국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리고 정서에 맞는 표현법을 통해 관객 여러분들이 극에 몰입할 수 있게 준비하려 했습니다.
부족한 연출이지만 최대한 여러분들이 즐길 수 있게 많이 노력하려 했고 부족한 부분들은 홈페이지에 글을 남겨주시면 좋은 조언이라고 생각하며 공부할 수 있는 연출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살아야 해, 살아가야만 해”
이 말은 작품 세 자매의 마지막 대사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크고 작은 희망을 품고 살아갑니다. 그러다 그것을 잃게 되는 순간이 오기도 합니다. 그로 인해 절망에 빠지며 타락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작품 세 자매는 ‘그럼에도 살아가야 한다.’ 는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합니다.
지켜줘야 할 것 같은 이리나,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마샤,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올가. 하지만 세 자매의 마지막은 굳세고 단단했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잃지 않은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무너질 수 있고, 좌절할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게 된다면 언제든지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공연을 준비하는 2학년 선배, 동기들과 이 공연을 보시는 모든 관객분들이 어떠한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톤 체호프의 세 자매 라는 작품을 선정할 때 순간이 떠오릅니다.
사실 세 자매 라는 작품은 애초 연극제작실습 2 최종 후보작에 없던 작품입니다. 제가 먼저 세 자매 라는 작품을 얘기하면서 그 작품 후보에 올라와 결국 선택이 되었는데요, 이 작품은 사실 개인적으로도 많이 애착이 가는 작품이었습니다. 20살 대학교 1학년 시절 무척이나 좋아했었고, 내 목숨보다 더 아끼는 친구를 혼자서 짝사랑을 했었습니다. 그 시절 그 친구가 세 자매 작품에서 뚜젠바흐 마지막 독백 모습 속에서 저의 모습이 보이고 많이 생각이 난다고 했습니다. 작품 속에서 뚜젠바흐와 이리나 모습처럼 뚜젠바흐의 순애보적인 사랑이 결국 이루어지지 않고 죽음 맞이하는 것처럼 저의 첫사랑도 그렇게 아픔으로 평생 기억됩니다. 군시절 세 자매를 읽으며 몇 번을 울고 분노했는지 셀 수 없습니다. 그만큼 그 아이가 생각이 났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많이 흘러서 감정도 무뎌지고 다시 책을 읽으면서 느꼈습니다.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그 아이에게 좋은 공연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학기 이번 워크샵 컨셉에도 부합하듯 여성주인공 위주의 작품이며 남녀 조화도 질서있는 작품. 그리고 무엇보다 화술중심의 극을 선택하자 라는 작품에 가장 적합한 작품이었습니다. 올가의 극 중 마지막 대사처럼 “살아가야 해. 살아가야만 해”라는 대사처럼 인생에서 많은 아픔과 슬픔이 우리에게 거세게 휘몰아치겠지요. 그럼에도 우린 묵묵히 길을 굳세게 걸어가자는 주제를 관객분들께 전달하고 가슴속 깊이 새겨두고 싶습니다.
모든 스텝 분야를 총괄하고 예산을 맞추며 무대를 기획하고 제작 감독하며 제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오히려 배우들 보다 스텝적인 부분이 신경을 많이 쓰고 한 공연을 올릴 때 스텝 분야 일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상당했습니다. 전체를 통솔한다는 것. 가슴이 벅차고 힘들었지만 그런데도 해내었다는 것. 그리고 관객분들께 부끄럽지 않은 공연, 무대감독, 배우였다는 것을 말씀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무대감독을 비롯한 연출, 조연출이 연출부를 믿고 의지해준 동기, 후배 배우들에게 감사의 말씀과 미안하다는 말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장면을 봐주시고 개인 시간까지 쪼개어 2학년을 돌봐주진 지도교수 김대현 교수님과 김이경 교수님 그리고 스텝별 1학년 크루 친구들에게도 감사하고 덕분에 좋은 공연이 완성되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